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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강화저지! 근골격계 질환 문제해결!
죽지않고는 못살겠다. 산재노동자 이상권씨 결국 또 자살

박균배(민중의료연합 사무처장)

1999년 6월 22일, 당시 27세, 대우국민차 사업부에서 일하다 다친 산재노동자 이상관씨가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진주지사와 창원지사가 서류만 보고 판단한 공단 자문의의 말만 듣고서 입원치료 중이던 이상관씨를 통원치료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당시 이상관씨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었다. 가족들이 자비를 들어 여러 검사를 했으나 병명을 밝혀내지 못했고, 온 식구들이 이상관씨의 치료에 매달리면서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계속 나빠졌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려고 예약을 해놓고 두 달만 입원을 시켜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했는데 거절당하면서. 이상관씨는 다시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어렵다는 절망감 속에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3년후, 2002년 11월 1일 18시경 대우조선 시운전부 소속인 이상권씨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상권씨는 지난 87년 요추부 염좌로 요양을 하였고, 복직하여 근무하던 중 02년 7월에 다시 병세가 재발하여 현재까지 재 요양 중인 노동자였다. 2002년 7월부터 재 요양에 들어가 서울 광혜병원에서 입원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다리까지 번지는 등 병세가 더욱 악화되자 지난 10월 진주 세란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았고, 신경이 유착되어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고인은 걷기조차 힘들고 화장실에서 일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망가진 몸! 더욱 심해지는 통증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심정! 앞으로 계속 이 상태로 살아야 하는 현실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절망감! 을 유서에 남겼다.
놀랍게도 고 이상관씨와 고 이상권씨는 친형제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한해에 8만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노동력과 생명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과 산업재해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노동재해나 직업병을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현실은 얼마든지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형제가 힘겹게 살아왔던 이 땅의 현실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취해온 정책의 실상은 오히려 산업재해를 조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요양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여 산재환자를 인위적으로 축소했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자문의 제도를 통하여 정당한 요양 요구를 묵살하여 왔다. 반노동자적인 요양관리와 산재보험 운영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재해와 직업병을 이유로 노동현장에서 해고되어야 하였으며, 실효성 없는 재활 정책으로 한번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다시 원직장 복귀가 불가능했다.

더구나 경제위기를 빌미로 꾸준히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여 왔으며 이로 인해 작업장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최소 의무사항이 하나 하나 폐지되어 왔다.. 경제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노사로 하여금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작업장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노동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제반 의무 조항들이 폐지됨으로써, 사업주들의 무리한 작업 지시와 중대 재해의 발생이 제도적으로 조장되어 왔던 것이다. 그것은 경제 위기 이후 중대재해가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최소한의 사업주 책임도 묻지 않고 있는 현재의 재해 관리 방식은 심지어 한 개의 사업장에서 수십명의 사망재해가 발생하는 끔찍한 현실을 유발하고 있다.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을 반복적으로 조장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경시하는 작업장 문화를 재생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로 인해 직종을 가리지 않고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작업장에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한해에 30여명의 집배원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과로사로 연이어 사망하고, 한해에 70여명의 철도노동자가 사망재해를 당하고,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사망재해가 빈발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와 자본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최소한의 작업장 안전조치조차 위반하고, 폐지해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죽지않고는 못살겠다!"고 유서에 남기며 자살한 노동자의 모습이 별스럽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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